1. 상속세와 증여세의 기본 개념
재산이 무상으로 다음 세대에 넘어갈 때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상속세와 증여세는 성격이 같습니다. 그런데도 두 세목을 구분해서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재산이 이전되는 시점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속세는 사람이 사망함으로써 그가 남긴 재산이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이전될 때 부과되는 세금이고, 증여세는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무상으로 넘겨줄 때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같은 자산이라도 사망 전에 넘기면 증여, 사망 후에 넘어가면 상속이 되는 셈인데, 이 시점의 차이가 뒤에서 살펴볼 공제 구조와 세부담 전체를 좌우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2. 누가 세금을 부담하는가
상속세와 증여세는 납세의무자를 정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재산을 받는 수증자가 납부합니다. 다만 수증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거나 주소가 확인되지 않는 등 조세 채권 확보가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증여자에게 연대납세의무를 지우고 있습니다. 상속세는 조금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상속인이 여러 명이라면 각자 상속받은 재산의 비율만큼 세금을 나누어 부담하되, 전체 상속세에 대해서는 각 상속인이 자신이 받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 연대납세의무를 지게 됩니다. 즉 특정 상속인이 자신의 몫을 납부하지 못하면 다른 상속인이 자신의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이를 대신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속인 간에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이 부분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사례를 자문 과정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3. 과세대상과 과세시점
과세대상을 정하는 기준에서도 두 세목은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 보유하고 있던 국내외 모든 재산을 대상으로 하며, 여기에 사망 전 일정 기간 안에 이루어진 재산 처분이나 증여까지 되짚어 합산합니다. 반면 증여세는 증여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이전되는 개별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되고,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재산은 10년 단위로 묶어 합산과세를 적용합니다.
여기서 중요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과세시점의 차이입니다. 증여는 재산을 나누어 여러 차례에 걸쳐, 그리고 여러 사람에게 분산해서 실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녀 한 명에게 한꺼번에 큰 재산을 넘기는 것보다, 시기를 나누고 대상을 나누어 증여하면 매번 낮은 과세표준 구간에서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상속은 이와 달리 사망이라는 하나의 시점에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체가 한꺼번에 합산되어 과세표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재산 규모가 클수록 누진세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4. 공제제도의 차이
세부담의 실질적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세율표가 아니라 공제 제도입니다. 상속세는 기초공제 2억원에 자녀공제와 미성년자공제, 연로자공제, 장애인공제 등을 합산한 공제금액과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을 선택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추가로 배우자상속공제만으로도 최소 5억원에서 실제 상속받은 금액에 따라 최대 3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어,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상속받는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산까지 상속세 없이 이전이 가능합니다.
증여세의 공제 폭은 이보다 훨씬 좁습니다. 배우자에게는 10년간 6억원, 성년 자녀에게는 10년간 5천만원, 미성년 자녀에게는 10년간 2천만원, 사위나 며느리 같은 기타친족에게는 10년간 1천만원이 공제 한도입니다. 결국 같은 자녀에게 재산을 넘기더라도 상속으로 이전하느냐 증여로 이전하느냐에 따라 적용받는 공제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다만 이 차이만 보고 증여가 항상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데, 그 이유는 다음 항목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5. 사전증여가 상속세에 미치는 영향
증여의 공제 한도가 낮다는 점 때문에 재산을 미리 나누어 증여해 두면 무조건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세법은 이런 방식의 절세를 상당 부분 제한하고 있습니다.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 그리고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되어 상속세로 정산됩니다. 다시 말해 사망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증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절세 효과는 줄어들고, 오히려 증여 당시 냈던 증여세는 상속세 계산 과정에서 기납부세액으로 공제되는 방식으로 정산될 뿐입니다.
이 때문에 사전증여를 통한 절세 설계는 시간이라는 변수가 핵심입니다. 증여 시점과 상속 개시 시점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합산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고, 그래야만 증여 당시의 낮은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부담을 확정지을 수 있습니다. 건강 상태나 연령을 고려하지 않고 뒤늦게 서둘러 증여를 실행하면 절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오히려 상속재산 합산으로 인해 세부담이 더 커지는 경우도 실무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또한 재산 가치가 향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이라면, 가치가 낮은 시점에 미리 증여해 두는 편이 상속 시점의 평가액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
6. 어떤 경우에 전문가 검토가 필요한가
상속과 증여 가운데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재산의 종류와 규모, 상속인의 수, 피상속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 향후 자산가치 변동 가능성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특히 사전증여재산 합산과세 규정과 유류분 제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세율표나 공제 한도만 비교해서 결정을 내리면 예상하지 못한 세부담이나 가족 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유 재산이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처럼 평가 방식이 복잡한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 상속인이 여러 명이어서 지분 배분과 유류분 문제가 얽혀 있는 경우, 그리고 가업을 승계해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사전에 전문가와 함께 재산 전체를 놓고 장기적인 이전 계획을 세워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세금은 한 번의 선택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시간을 두고 여러 시나리오를 비교해 보는 과정이 결국 가장 확실한 절세로 이어진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남경표 세무사 주요경력〉
- 미래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現. 한국세무사회 국제협력위원회 위원
- 前. 한국세무사회 조세제도연구위원회 위원
- 現. 네이버 지식iN 전문상담세무사
- 現. 서울시 마을세무사
- 2025년 서울시 마을세무사 유공 서울특별시장 표창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