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휘명 고영남 변호사
법인과 거래했더라도 대표이사 개인의 민·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법인 계좌로 돈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대표이사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돈은 회사가 받았잖아요. 회사에 재산이 없는데 저더러 어쩌라는 겁니까?”
그 대표가 직접 사업을 설명하고 돈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 이름 뒤에 숨으면 그만일까요? 회사를 상대로 승소해도 남은 재산이 없다면 판결문만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물어야 합니다. “대표이사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까?”
회사 돈이라고 대표이사까지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주식회사와 대표이사는 별개의 법적 주체입니다. 회사와 계약했다면 계약상 반환의무는 원칙적으로 회사가 부담합니다. 대표이사라는 이유만으로 회사 채무를 개인 돈으로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듣고 포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말하거나 반드시 알려야 할 중대한 사정을 숨기는 등 기망행위에 관여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불법행위의 요건이 인정되면 대표이사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편취의 고의 등 사기죄의 요건이 충족되면 대표이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 명의 계좌로 송금했다는 이유만으로 대표 개인이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역시 대표이사의 업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 회사와 대표이사 개인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5473 판결).
대표가 직접 속였다는 사실, 무엇으로 입증할까
“대표가 투자설명회에서 원금은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당시 회사는 이미 자금난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런 진술이 출발점입니다. 다만 대표가 사업을 설명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받을 당시 어떤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무엇을 허위로 설명했는지, 그 설명을 믿고 돈을 건넸는지 따져야 합니다.
계약서의 회사 이름만 볼 일이 아닙니다. 대표가 직접 보낸 카카오톡, 사업설명회 자료, 재무 상태에 관한 발언, 자금 사용처, 송금 전후의 대화를 살펴야 합니다. 민사상 불법행위의 요건과 형사상 사기죄의 요건은 구별되므로, 고소 여부와 손해배상청구를 각각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것은 기다리는 일입니다
“사기로 고소했으니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대표 개인에게 소송하겠습니다.” 실무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말입니다. 일반적인 형법상 사기죄의 공소시효와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별개입니다. 민법 제766조에 따르면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시효가 문제 됩니다.
그렇다고 회사가 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날부터 무조건 3년을 세는 것도 아닙니다. 피해자가 위법한 가해행위, 손해, 인과관계 등의 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언제 알았는지가 중요합니다. 실제 소송에서는 바로 그 날짜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기도 합니다.
더욱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형사 고소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사상 소멸시효가 당연히 멈추지는 않습니다. 경찰 수사를 기다리고, 검찰 처분을 기다리고, 형사재판 결과까지 기다리다 보면 정작 대표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시간을 잃을 수 있습니다. 고소와 별개로 소 제기 등 적절한 시효 관리 조치를 제때 검토해야 합니다.
돈을 보냈다면, 지금 확인해야 할 세 가지
첫째, 계약 상대방과 실제 설명·권유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십시오. 둘째, 대표이사가 돈을 받을 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숨겼는지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십시오. 셋째, 민사상 청구권의 소멸시효와 대표 개인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 필요성을 서둘러 검토하십시오.
회사에 재산이 없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닙니다. 대표이사가 직접 속였거나 기망행위에 가담했다면 요건에 따라 대표 개인에게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묻고 사기 혐의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형사 고소를 했다고 민사상 소멸시효까지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손해배상을 청구할 기회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돈을 돌려받을 권리를 찾는 것만큼, 그 권리를 행사할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련 조문: 형법 제347조, 민법 제750조·제766조, 상법 제389조 제3항·제210조 및 제401조 등. 관련 판례: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5473 판결, 대법원 2008. 4. 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 내용과 증거·시효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