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휘명 고영남 변호사
대여금과 투자금, 계약서 제목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약속입니다
사업한다는 친구에게 돈을 건넸습니다. 처음 몇 달은 이자인지 수익금인지 돈이 꼬박꼬박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연락이 끊기더니 돌아온 말은 이랬습니다. “사업이 망했어. 나도 돈이 없어. 소송하려면 해.”
빌려준 사람은 막막합니다. 사업이 망했다면 정말 돌려받을 길이 없는 걸까요? 이럴 때 제가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 돈, 빌려준 겁니까? 투자한 겁니까?” 이 차이가 청구할 권리를 가릅니다.
대여금과 투자금, 무엇이 다른가
대여금이라면 사업의 성패와 관계없이 약정한 변제기에 돈을 갚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투자는 사업의 성과뿐 아니라 손실 위험까지 부담하는 거래일 수 있습니다. 사업이 실패했다고 해서 투자원금 전액의 반환을 당연히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투자금”이라는 이름만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습니다. 핵심은 돈을 받은 사람이 사업 결과와 무관하게 원금을 반환하기로 했는지, 수익이나 손실을 어떤 방식으로 나누기로 했는지입니다.
투자약정서라고 적혀 있으면 끝일까
돈을 돌려달라고 하자 상대방이 종이 한 장을 내밉니다. “여기 투자약정서라고 쓰여 있잖아. 투자했으면 손실도 감수해야지.” 그러나 법원은 계약서의 제목만으로 거래의 성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원금 전액의 반환과 함께 사업 성공이나 이익 발생과 무관하게 일정한 금액을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실질이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금전소비대차계약이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2289 판결).
따라서 “원금은 무조건 돌려준다”, “몇 월 며칠에 원금과 정해진 돈을 지급한다”는 약속은 중요한 단서입니다. 다만 그 문구 하나만 떼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 전체의 내용과 체결 경위, 실제 돈의 지급 방식까지 함께 보아야 합니다.
투자금이어도 속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안전한 사업입니다. 투자금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 말을 믿고 돈을 보냈는데, 당시 이미 사업의 존속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정이 있었고 상대방이 이를 알고도 숨겼다면 어떨까요? 고지의무가 인정되는 중요한 사실에 관한 기망이 있었다면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한 전망 실패나 사업 부진만으로 기망행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분양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행위가 고지의무 위반으로서 기망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 이는 투자 사건 그 자체에 관한 판결은 아니지만, 고지의무와 기망 여부를 검토할 때 참고할 법리입니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우선 계약서, 송금내역, 카카오톡 대화와 통화 녹음을 모아 보십시오. 돈을 준 이유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것은 “원금을 돌려주기로 했는가”와 “투자를 결정할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가”입니다.
“사업이 망했다”는 한마디가 빚을 없애 주지는 않습니다. “투자금이었다”는 말만으로 모든 반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계약서의 제목보다 당시 오간 약속과 설명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다272289;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계약 내용과 증거·시효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